if 소꿉친구
[IF 분석 보고서: 이토시키 요조 × 시라이시 유우 소꿉친구 가설]
① 소꿉친구가 될 수 있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될 수 있었다. 다만 그 시작은 우정이라기보다 사고에 가까웠다. 혼슈 유력가의 저택은 넓고 차가웠으며 정원만 쓸데없이 무성했다. 대대로 국정을 지낸 집안의 막내였던 일곱 살의 요조는 형제들의 식탁에서 밀려나 늘 정원 구석의 수국 덤불 아래에 숨어 개미 행렬을 세는 아이였다. 그곳에 다섯 살의 유우가 나타났다. 담장 아래 배수구 틈으로 기어 들어온 그 작은 침입자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정원사가 방치해 둔 은방울꽃 군락 앞에 쪼그려 앉아 그것을 한 줌 뜯어 입으로 가져가려 하고 있었다. 요조는 태어나 처음으로 타인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넘어졌다. 넘어진 채로 그는 유우의 손목을 붙잡았다.
「…それ…毒…」
(…그거… 독…)
이것이 두 사람이 나눈 최초의 대화였다. 유우의 반응은 감사도 놀람도 아닌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저택의 서재에서 몰래 식물도감을 훔쳐 읽던 소년은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기묘한 경험을 했다. 먼저 다가간 것은 명백히 유우였다. 요조는 그저 도망치지 못했을 뿐이다. 첫인상은 서로에게 최악이자 최고였다. 요조에게 유우는 독초를 먹으려던 이상한 생물이었고 유우에게 요조는 넘어지면서까지 남의 손목을 잡는 이상한 오빠였다. 가까워지는 속도는 유독 빨랐다. 다음 날 유우는 같은 배수구로 다시 들어왔고 그다음 날에도 왔으며 그 주가 끝나기 전에 요조는 배수구 앞에 방석을 깔아두었다.
② 어린 시절의 관계
둘은 한마디로 말해 공범이었다. 늘 붙어 다녔으나 다정하게 손잡고 다니는 그림이 아니라 유우가 앞장서 무언가를 저지르면 요조가 한 발짝 뒤에서 투덜거리며 수습하는 구조였다. 유우가 뒷산에서 정체불명의 버섯을 따오면 요조는 도감을 펼쳐 독성을 확인했다. 유우가 그것을 실험해 보자고 하면 요조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리고 결국 그 버섯을 개미에게 먹이는 실험에 둘이 함께 쪼그려 앉아 있었다. 열 살 무렵 둘이 함께 만든 작은 텃밭에는 투구꽃과 독미나리와 디기탈리스가 사이좋게 자랐고 정작 유우가 꼭 키우고 싶다며 심은 선인장 하나만 매번 말라 죽었다. 요조는 그 선인장의 장례식을 세 번 치러주었다.
「…また死んだ…お前…何したの…」
(…또 죽었어… 너… 뭘 한 건데…)
이러고도 친구라고 생각하고 싶은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요조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는 아이였는데 그 단 한 명이 유우였기 때문에 그는 친구라는 관계의 기준 자체를 유우로 정의해 버렸다. 그 결과 그는 친구란 원래 매일 남의 집 담장을 넘어 들어오고 남의 도시락에서 우메보시만 골라 먹고 비 오는 날이면 아무 말 없이 같은 우산 아래 들어와 어깨를 비비는 존재라고 믿게 되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다른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는 진심으로 충격받았다. 유우가 감기에 걸려 열이 오른 날이면 그는 저택의 상비약을 몰래 빼돌려 담을 넘었고 집안 어른들에게 들켜 혼이 나도 다음 날 또 넘었다.
주변의 시선은 엇갈렸다. 요조의 가문 어른들은 막내가 근본 없는 아이와 어울리는 것을 못마땅해했지만, 어차피 관심 밖의 아이였기에 크게 막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무관심이 둘을 자유롭게 했다. 유우의 집 쪽 어른들은 저 음침한 도련님이 우리 애를 얼마나 끔찍하게 챙기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동네 아이들은 둘을 독초 남매라고 불렀다. 요조는 그 별명을 몹시 싫어했고 유우는 몹시 좋아했다.
③ '친구'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먼저 의식한 것은 요조였다. 그것도 꽤 이른 시기에 그러나 본인은 끝까지 모르는 방식으로. 그는 감정이 풍부한 아이였고 동시에 자기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였다. 그래서 그는 열네 살 무렵부터 유우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을 천식이라고 굳게 믿었다. 실제로 그는 저택 주치의에게 흡입기를 처방해달라고 요청했다가 폐 기능 정상 판정을 받고 진심으로 혼란스러워했다.
자각의 순간은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 찾아왔다. 열여섯의 여름 유우가 텃밭에서 독미나리를 손질하다 졸아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오후였다. 땀에 젖은 은빛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의 목덜미에 달라붙었고 매미 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울렸으며 그는 숨을 쉬는 법을 잊었다. 그는 그 모습 그대로 해가 질 때까지 움직이지 못했다. 어깨는 저려 감각을 잃었고 다리에는 쥐가 났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이것은 천식이 아니라는 것을.
「…最悪だ…」
(…최악이다…)
그가 그날 밤 이불 속에서 천장을 보며 내뱉은 유일한 문장이었다. 그에게 사랑의 자각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었다. 자신 같은 인간이 무언가를 원해도 된다는 것을 그는 믿지 못했다.
④ 결정적인 순간
이 IF에서 가장 어울리는 계기는 질투도 사춘기도 아니다. 요조의 원래 서사에 놓인 가장 깊은 상처 즉 열일곱의 납치다. 원래의 세계에서 그는 홋카이도 반군에 납치되어 데드존에 버려졌고 가족 중 누구도 그를 찾으러 오지 않았다. 그 절망이 그를 학살자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 세계에는 담장 너머에 유우가 있었다.
가족이 몸값 협상을 포기했다는 소식은 저택의 하인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으로 번졌고 그것을 엿들은 것은 다름 아닌 유우였다. 그 이후의 일은 요조가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만 남아 있다. 독초 남매의 다른 한쪽이 직접 키운 약초와 해독제를 배낭 가득 챙겨 군 검문소 앞에서 사흘을 버텼다는 이야기. 데드존 경계를 오가는 수송대 트럭 짐칸에 숨어들었다가 들켜 끌려 나왔다는 이야기. 그 수송대 병사들의 이질 증세를 약초로 낫게 해주고 정보를 얻어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
데드존 외곽의 폐허에서 반쯤 미쳐가며 처음으로 사람을 쏘고 그 손을 내려다보던 요조는 먼지 너머로 낯익은 은빛 머리카락을 보았다. 그는 그것이 환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구를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환각이 다가와 그의 피투성이 손을 잡았을 때 그는 무너졌다.
「…なんで…来たんだ…誰も…来なかったのに…」
(…왜… 온 거야… 아무도… 안 왔는데…)
⑤ 고백 가능성
요조는 먼저 고백하지 않는다. 절대로. 그는 사랑을 자각한 순간부터 그것을 숨기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고 데드존에서 돌아온 뒤로는 더더욱 입을 닫았다. 사람을 죽인 손으로 그녀를 만질 자격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유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연락을 피하고 담장의 배수구를 시멘트로 막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 시멘트가 누군가에 의해 깔끔하게 부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므로 고백은 유우 쪽에서 왔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망설임이 적고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요조의 반응은 예상 가능하다. 그는 들은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삼 분간 정지했다가 그것이 동정이라고 단정했고 다시 오 분 후 그것이 동정이 아니라는 사실에 공포를 느꼈으며 그 후 십 년 넘게 쌓아온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아이처럼 울었다. 수국 덤불 아래 그 자리에서.
「…ずっと…前から…俺の方が…先だった…」
(…훨씬… 전부터… 내가… 먼저였어…)
그 와중에 순서를 따지는 것이 이토시키 요조라는 인간이다.
⑥ 최종 관계의 형태
현재의 관계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불안의 근원이다. 원래의 요조는 버려질까 봐 매 순간 떨며 매달린다. 그러나 소꿉친구 요조에게는 증거가 있다. 데드존까지 쫓아온 사람. 시멘트를 부순 사람. 그는 여전히 불안해하지만 그 불안은 버려질 공포라기보다 언젠가 자신이 그녀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옮겨간다.
애정 표현은 오히려 줄어든다. 너무 익숙해서다. 그는 귀엽다는 말을 평생 한 번도 하지 않는다. 대신 유우가 좋아하는 우메보시를 말없이 자기 도시락에서 덜어주는 습관을 스물넷이 되어서도 고치지 못한다. 싸움은 훨씬 잦아지고 훨씬 유치해진다. 열 살 때 누가 선인장을 죽였느냐로 시작된 논쟁이 스물넷의 저녁 식탁에서 재점화되는 구조다. 질투는 오히려 날카로워진다. 그는 유우의 모든 과거를 알기에 자신이 모르는 단 하루의 공백조차 견디지 못한다. 스킨십은 연인 이전부터 이미 선을 넘어 있었기에 연인이 된 후 요조는 무엇이 새로 허락된 것인지 헷갈려 하며 한동안 손을 잡을 때마다 허락을 구하는 기괴한 퇴행을 보인다.
신뢰와 의존은 더 깊다. 원래의 세계에서 유우는 그의 구원이지만 이 세계에서 유우는 그의 유년 그 자체다. 그녀를 잃는다는 것은 그에게 자신의 과거 전부를 잃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의 동반자살 충동은 이 IF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형태가 조금 더 고요해진다. 같은 무덤에 같은 꽃을 심어달라는 정도로.
⑦ 최종 판정
거의 필연적으로 어느 순간 한쪽이 좋아했을 조합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 요조가 자신의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타인에게 빠지지 않을 방법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그 한쪽은 열네 살의 가짜 천식 환자였다. 변수는 그가 고백을 평생 미룰 위인이라는 점뿐이었는데 망설임이 적은 유우라는 존재가 그 변수마저 무력화한다. 결국 둘은 독초 텃밭에서 시작해 같은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分析とか…いらないだろ…どうせ…お前しかいなかったんだから…」
(…분석 같은 거… 필요 없잖아… 어차피… 너밖에 없었으니까…)
'L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마기 au (0) | 2026.10.10 |
|---|---|
| 요즘 왜 '좋아해' 라거나 '귀여워' 라는 말을 안 해줘? (0) | 2026.07.27 |
| 나의 유우에게 (0) | 2026.07.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