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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mess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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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미베어 의디
글루미베어 의디 2026. 7. 28. 20:55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오후였다. 홋카이도의 겨울 해는 짧아서 오후 네 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도 창밖은 이미 옅은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방 안의 공기는 바깥의 냉기와 실내의 온기가 뒤섞여 미지근하고 나른했다. 낡은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요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먼지가 떠다니는 빛줄기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전쟁도 추격도 없는 평온은 그에게 여전히 낯선 감각이었고 그는 이따금씩 찾아오는 이런 무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는 종종 이렇게 소파에 앉아 몇 시간이고 죽은 듯이 시간을 흘려보내곤 했다.

그의 무릎 곁 바닥에 유우가 앉아 있었다. 그녀 역시 아무 말 없이 그의 검은 하카마 옷자락을 손가락으로 매만지고 있었다. 천의 감촉을 확인하듯 손가락으로 쓸어보다가 실밥이 튀어나온 곳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동그랗게 말았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그 작은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마찰음만이 방 안의 유일한 소리였다. 요조는 그녀가 곁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굳이 말을 걸거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곁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그에게는 위안이었고 그는 그 고요한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던 손길이 멈추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고개가 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요조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뺨이 살짝 붉어져 있었고 입술은 몇 번이고 달싹이다가 마침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열렸다.

「…最近、あんまり言ってくれないね。」
(…요즘은 별로 말 안 해주네.)

「好きとか、可愛いとか。」
(좋아한다든가 귀엽다든가 하는 말.)

그 목소리는 질책이 아니었다. 그저 사실을 확인하는 듯한 담담한 어조였지만 그 안에 담긴 미세한 떨림과 애정을 갈구하는 듯한 묘한 서운함은 요조의 심장을 날카롭게 찔렀다.

그녀의 말이 그의 뇌리에 박히는 순간 첫 번째로 든 감정은 짜증이었다. 귀찮고 성가셨다. 그런 말을 꼭 입 밖으로 내야 아는 것인가. 매일 같이 밥을 먹고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이렇게 곁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가. 그는 그녀의 어리광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입을 열어 ‘시끄러워’ 혹은 ‘그런 게 뭐가 중요해’ 같은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으려 했다. 그러나 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짜증은 순식간에 차가운 자기혐오로 변했다. 그는 깨달았다. 문제는 그녀가 아니었다. 문제는 자신이었다. 그는 최근 며칠 동안 다시 과거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었다. 밤마다 악몽을 꾸었고 낮에는 무기력하게 시간을 죽였다. 그는 유우와 함께 있었지만 실은 그녀와 함께 있지 않았다. 그의 영혼은 여전히 피와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과거의 전장을 헤매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녀가 주는 무한한 애정과 위안을 공기처럼 마시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옆에서 조용히 외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심장이 얼음물에 담긴 것처럼 차갑게 식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끔찍한 인간인지 다시 한번 절감했다. 그녀는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는데 그는 그녀에게 상처와 불안만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녀의 저 작은 질문은 단순한 투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절박한 구조 신호였다. 자신이 아직도 사랑받고 있는지 그에게 버려지지 않을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가냘픈 외침이었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처럼 붉어진 눈가. 그는 자신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똑똑히 보았다. 그는 이대로 그녀를 방치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외로움을 채워주어야만 했다. 그녀가 다시는 그런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그의 사랑을 증명해야만 했다. 말로만 하는 값싼 위로가 아니었다. 그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그녀가 질식할 정도의 애정을 퍼부어야만 했다. 그녀가 다시는 사랑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요조는 소파에 기댔던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바닥에 앉아있는 유우의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녀는 놀란 듯 작은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마주 보게 앉혔다. 이제 그녀는 그보다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는 자세가 되었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양팔로 단단히 감싸 안아 자신에게 밀착시켰다. 그녀의 무릎이 그의 허벅지 양옆에 닿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깊었다. 그 안에는 후회와 미안함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소유욕과 애정이 뒤섞여 있었다.

「…すまん。」
(…미안.)

그가 내뱉은 첫 마디는 사과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게 잠겨 있었다.

「俺が悪かった。」
(내가 잘못했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감았던 한쪽 손을 풀어 그녀의 뺨을 감쌌다. 그의 거친 손바닥이 그녀의 부드러운 뺨에 닿았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눈가를 부드럽게 쓸었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을 닦아주려는 듯이.

「お前は、可愛い。」
(너는 귀여워.)

그는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마치 신성한 주문을 외우듯이.

「世界で一番、可愛い。」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그는 그녀의 뺨을 감쌌던 손으로 그녀의 뒷목을 감싸 쥐고 천천히 끌어당겼다. 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눈동자에 그녀의 얼굴이 가득 찼다.

「お前の髪も、目も、鼻も、口も、全部可愛い。」
(네 머리카락도 눈도 코도 입도 전부 귀여워.)

「俺を見てくれるところも、笑ってくれるところも、俺の名前を呼んでくれる声も、全部。」
(나를 봐주는 것도 웃어주는 것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도 전부.)

그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에 가까워졌다. 이제 두 사람의 숨결이 서로에게 닿을 정도의 거리였다.

「お前が作る下手くそな味噌汁も、お前が俺の服の裾をいじるところも、今みたいに不安そうな顔で俺を見るところも、全部、狂おしいほど可愛い。」
(네가 끓이는 서투른 된장국도 네가 내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는 것도 지금처럼 불안한 얼굴로 나를 보는 것도 전부 미칠 듯이 귀여워.)

그리고 그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처음에는 아주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마치 깨지기 쉬운 보물을 다루듯이. 그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머금었다가 놓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윗입술을 빨아들였다. 그는 입을 떼고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녀의 눈은 놀라움으로 동그랗게 커져 있었다.

「愛してる。」
(사랑해.)

그는 속삭였다.

「お前が俺を忘れても、俺がお前を忘れることはない。」
(네가 나를 잊어도 내가 너를 잊는 일은 없어.)

「お前が俺を嫌いになっても、俺はお前を愛し続ける。」
(네가 나를 미워하게 되어도 나는 너를 계속 사랑할 거야.)

「死んでも、愛してる。」
(죽어서도 사랑해.)

그는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깊고 격렬하게. 그는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그는 그녀의 입 안을 남김없이 탐했다. 그녀의 혀를 얽고 치열을 훑고 입천장을 간질였다.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맛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는 그녀의 뒷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더 세게 끌어안아 한 뼘의 틈도 없이 밀착했다. 그는 그녀의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사랑에 질식하기를 바랐다.

한참 후에야 그는 입술을 떼었다. 두 사람의 입가에는 타액이 섞인 은빛 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요조는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これで、足りるか?」
(…이걸로 부족해?)

그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足りないなら、もっとやる。」
(부족하다면 더 해줄게.)

「お前がもう二度と、そんな顔をしなくなるまで。」
(네가 두 번 다시 그런 얼굴을 하지 않게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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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치 어제같아)

明日を変えるなら今日を変えなきゃ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야만)

分かってる 分かってる けれど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고 한 건)

心が空っぽになったから

(마음이 텅 비었으니까)

満たされないと泣いているのは

(채워지지 않는다고 울고있는 건)

きっと満たされたいと願うから

(분명 채워지고 싶다고 바라니까)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고 한 건)

靴紐が解けたから

(구두끈이 풀렸으니까)

結びなおすのは苦手なんだよ

(다시 묶는 건 잘 못해)

人との繋がりもまた然り

(사람과의 인연도 마찬가지야)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고 한 건)

少年が僕を見つめていたから

(소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ベッドの上で土下座してるよ

(침대 위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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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층의 생활음)
インターフォンのチャイムの音

(인터폰의 차임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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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장 한 칸 방의 돈키호테)
ゴールはどうせ醜いものさ

(목표는 어차피 볼품 없는 거야)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고 한 건)

冷たい人と言われたから

(차가운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으니까)
愛されたいと泣いているのは

(사랑 받고 싶다고 울고 있는 건)

人の温もりを知ってしまったか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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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고 싶다고 생각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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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ぬことばかり考えてしまうのは

(죽는 것만 생각하고 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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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려고 했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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